임신은 의학적으로, 특히 면역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일반적인 면역 반응의 법칙을 거스르는 예외적인 상황이 10개월간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기쁜소식산부인과에서 임신 중 면역 체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임상적 특징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임신부는 면역 억제자(Immunosuppressed)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임신부가 태아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에 따르면 이것은 “신화(Myth)”에 불과합니다. 임신부의 면역계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Not inert), 조절되는 것(Modulated)입니다. 엄마의 면역 시스템은 유전적으로 절반이 다른 태아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관용, Tolerance), 동시에 외부 감염으로부터 모체를 보호해야 하는 두 가지 상반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합니다.
2. 류마티스 관절염이 임신 중 좋아지는 이유
흥미로운 사실은 류마티스 관절염(RA)을 앓던 여성의 약 75%가 임신 중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호르몬 영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는 이를 ‘태아에 대한 면역 관용’ 과정의 긍정적인 부작용으로 봅니다. 엄마의 몸이 태아를 받아들이기 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자가면역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까지 함께 억제되는 것입니다.
3. 임신 중 독감(Flu)이 위험한 진짜 이유
반면, 임신부는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리면 비임신부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당시 임신부 사망률은 27%에 달했습니다. 이는 면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면역 반응이 너무 강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임신부의 면역 세포(NK세포, T세포)가 바이러스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이 폐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결론: 균형의 미학
임신 기간은 엄마와 아기의 세포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협력하는 시기입니다. 엄마의 면역세포(TREG 등)들은 태아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훈련받고 , 태반은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방어막 역할을 수행합니다.
임신은 단순한 잉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보여주는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균형의 예술입니다.
출처 : Gabbe’s Obstetrics Normal and Problem Pregnancies 8th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