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분비물의 변화와 성매개 감염의 감별: 증상, 원인, 그리고 파트너 치료의 필요성

의사가 현미경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질염의 원인과 성매개 감염 여부를 설명하고 있는 진료실 모습
질 분비물의 양상만으로는 성병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정확한 균 검사가 필수적이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는 질 분비물의 증가와 그에 따른 불쾌감이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환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의문은 “이것이 성병인가?” 혹은 “성 파트너로부터 전염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질염은 원인균에 따라 병태생리와 전파 경로가 명확히 다르므로, 무조건적인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정확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염의 분류: 감염성 질염과 세균성 질증

질염(Vaginitis)은 크게 감염성 질염과 비감염성 염증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감염성 원인 중에서도 성매개 감염(STI)과 질 내 정상 세균총의 불균형으로 인한 질증(Vaginosis)을 구별해야 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비슷할 수 있으나, 그 원인과 파트너 치료 여부는 완전히 다르다.

1. 세균성 질증 (Bacterial Vaginosis) 가장 흔한 질 분비물의 원인인 세균성 질증은 엄밀히 말해 ‘감염’이라기보다는 질 내 생태계의 교란이다. 정상적으로 질 내 산성 환경(pH 4.5 이하)을 유지하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유산균이 감소하고, Gardnerella vaginalis나 혐기성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할 때 발생한다. 특징적으로 생선 비린내와 같은 악취가 나며, 회백색의 묽은 분비물이 관찰된다. 이는 성적으로 활발한 여성에게서 더 자주 발견되어 ‘성 연관성(sexually associated)’ 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성매개 감염(STI)으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남성 파트너를 치료한다고 해서 여성의 재발률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없으며, 남성 파트너의 치료는 권장되지 않는다.

2. 칸디다 질염 (Candida Vaginitis) 여성의 약 75%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칸디다 질염은 곰팡이균인 Candida albicans가 주원인이다. 이는 성병이 아니다. 칸디다균은 건강한 여성의 질 내에도 존재할 수 있는 상재균이다. 면역력 저하, 항생제 사용, 임신, 당뇨병 등 질 내 환경이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조건으로 변할 때 기회감염을 일으킨다. 주증상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치즈 찌꺼기 같은 덩어리진 분비물이다. 성관계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증상이 없다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3. 트리코모나스 질염 (Trichomonas Vaginitis) 앞선 두 질환과 달리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Trichomonas vaginalis라는 원충에 의해 발생하는 명백한 성매개 감염(STI)이다. 전파력이 매우 강해 한 번의 성접촉으로도 약 70%가 감염될 수 있다. 거품이 섞인 황록색의 악취 나는 분비물, 배뇨통, 성교통이 나타나며, 자궁경부 미세 출혈로 인한 ‘딸기 모양 자궁경부(strawberry cervix)’가 관찰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남성의 경우 감염되어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트리코모나스로 진단받았다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파트너도 함께 치료받아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

성매개 감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단순히 분비물이 늘어나거나 냄새가 난다고 해서 모두 성병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세균성 질증이나 칸디다 질염은 파트너로부터 ‘옮은’ 것이라기보다 내 몸의 컨디션 변화나 질 내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클라미디아(Chlamydia), 임질(Gonorrhea), 트리코모나스 등은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파트너와 동시 치료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거나 파트너를 의심하기보다는,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현미경 검사, 균 배양 검사, 혹은 PCR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균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만이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을 막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만성화를 예방하는 길이다.

출처 : Comprehensive Gynecology SEVENTH EDITION, Berek & Novak’s Gynecology SIXTEENTH EDITION, Genital Dermatology Manual FOUR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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